중개사가 보증금을
가지고 잠적했습니다.
[사실관계]
A씨는 새로운 세입자의 월세가 몇 달째 입금되지 않아 계약서에 적힌 세입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당황스러운 답변을 들었습니다. 세입자는 자신이 월세계약이 아닌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A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해보니 받지 않았고, 종적을 감춘 후였습니다. 세입자는 나갈 테니 전세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법적판단]
A씨는 중개인에게 월세계약을 체결해달라고 부탁했고, 인감도장은 물론 인감증명서도 중개인에게 맡긴 적이 없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이 같은 사기 행각을 감추기 위해 A씨에게 월세계약이 잘 체결됐다며 계약서를 건네며 소액의 월세보증금을 계좌로 입금해주고 몇달 월세를 A씨 계좌로 입금해줬습니다. 중개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A씨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할까요?
A씨가 중개인의 사기행위로 체결된 계약에 따른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A씨는 중개인에게 전세계약 체결의 대리권을 위임한 적이 없지만, ‘월세’계약을 체결할 권한은 중개인에게 위임한 적이 있습니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세입자가 중개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한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중개사기는 개별 사안마다 대리인의 행동 방식과 계약 체결 상대방의 대응 방식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판단은 각 사안의 정황에 따라, 주장의 설득력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 위임장의 확인 여부
▶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의 확인 여부
▶ 지급계좌명의의 확인
▶ 당사자끼리 대면 여부 등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위의 경우라면 대체적으로 집주인인 A씨가 임대차계약에 따른 전세금반환의무를 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중개인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전세보증금 상당액을 배상받거나 미리 받아둔 손해배상책임보험증서에 따라 중개사고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해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 많은 경우에 중개인만 사기 등 죄로 유죄판결을 받게 하면 집주인은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중개인이 사기 등 죄로 유죄판결을 받는 것은 무권대리를 입증할 자료가 될 뿐, 표현대리규정 적용에 따른 본인 책임의 유무를 가를 기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중개인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은 별도로 진행돼야 합니다.
원하시는 결과를 얻으실 수 있기를 늘 응원합니다.